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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공기가 부쩍 차가워졌습니다. 제가 사는 춘천에서는 11월로 접어들면 벌써 겨울 운전 걱정이 시작됩니다. 저는 20여 년을 해외에서 근무했는데, 은퇴 후 춘천에 자리를 잡으면서 가장 걱정했던 것이 뜻밖에도 겨울 운전이었습니다.
제가 살았던 벨기에와 영국, 그리스에서는 길이 꽁꽁 얼 만큼 눈이 오는 날이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했습니다. 근무했던 아프리카는 말할 것도 없고요. 오랫동안 빙판길은 제게 남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춘천은 달랐습니다.
살아 보니 다행히 시청과 군청의 제설은 놀랄 만큼 빠릅니다. 큰길은 물론 골목까지 금세 눈을 치우고 염화칼슘을 뿌립니다. 그런데 눈을 다 치운 뒤에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블랙아이스입니다.
블랙아이스, 왜 위험할까요
블랙아이스는 도로 위의 눈이나 비, 습기가 얇게 얼어붙은 살얼음입니다. 아스팔트 색이 그대로 비쳐 그냥 젖은 길처럼 보이기 때문에 운전자가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행정안전부 집계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결빙 교통사고는 4,112건, 사망자는 83명이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사고의 54%가 눈도 비도 오지 않은 날 일어났다는 점입니다. 하늘이 맑다고 길까지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실험에서 시속 30km로 달리던 승용차의 제동거리는 마른 길에서 1.5m, 빙판길에서 10.7m였습니다. 약 7배입니다. 집 앞 골목을 달리는 정도의 속도에서도 차가 그만큼 더 밀려간다는 뜻입니다.
언제 가장 조심해야 할까요
도로교통공단이 2018년부터 2022년까지의 결빙 사고 4,609건을 분석해 보니 76%가 12월과 1월에 몰려 있었습니다. 곧 다가올 시기입니다.
눈이 그쳤다고 끝난 것도 아닙니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수도권 미끄럼 사고 표본을 살펴본 결과, 눈이나 비가 온 당일에 일어난 사고가 44.9%, 그 뒤 5일 사이에 일어난 사고도 44%였습니다. 낮에 녹은 물이 밤사이 다시 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설이 빠른 춘천에서도 제가 눈 온 다음 날 아침을 더 경계하는 이유입니다.
제가 지키는 겨울 운전 수칙 5가지
1. 얼기 쉬운 곳을 미리 기억합니다
다리 위, 터널 출입구, 그늘진 산모퉁이가 대표적입니다. 도로 표면 온도는 발표 기온보다 2~3도 낮을 수 있고, 다리 위는 바람에 더 빨리 식습니다. 강과 호수를 낀 춘천에 살다 보니 저도 다리를 건널 때 가장 조심합니다.
2. 얼기 전에 속도부터 줄입니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은 노면이 얼어붙으면 최고속도의 절반으로 달리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제한속도 60km 도로라면 30km입니다. 실제로 빙판길에서 승용차가 시속 60km로 달리면 제동거리가 시속 30km일 때의 4.7배로 늘어납니다. 기온이 0도 안팎인 새벽과 아침에는 길이 멀쩡해 보여도 이 기준을 떠올리시기 바랍니다.
3. 앞차와의 거리를 평소보다 넉넉히 둡니다
겨울에는 내 차가 멈추는 거리가 늘어납니다. 앞차와 거리를 벌려 두면 브레이크를 살살 나누어 밟을 여유가 생깁니다. 고속도로에서는 크루즈 컨트롤도 꺼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4. 미끄러져도 급하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브레이크를 세게 밟거나 핸들을 확 꺾으면 차가 돌 수 있습니다. 먼저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고, 가려는 방향을 바라보며 핸들을 조금씩 움직여 차를 바로잡습니다. 급히 멈춰야 한다면, ABS가 있는 차는 페달을 떼었다 밟기를 반복하지 말고 꾹 밟은 채 유지합니다.
5. 타이어 상태를 겨울 전에 확인합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시험에서 마모한계선까지 닳은 타이어는 새 타이어보다 제동거리가 최대 1.5배 길었습니다. 법에서 정한 홈 깊이의 한계는 1.6mm입니다. 첫눈이 오기 전에 타이어 홈 깊이를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겨울 운전은 실력보다 준비입니다
오랫동안 눈길과 인연이 적은 곳에서 살다 온 저에게 춘천의 겨울은 새로 배워야 할 과목이었습니다. 살아 보니 답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조금 일찍 출발하고, 조금 천천히 달리는 것입니다. 맑은 날 아침일수록 다리 앞에서 한 번 더 속도를 줄여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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