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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이나 장기 출장을 준비할 때 캐리어에 종합감기약이나 소화제, 평소 복용하던 처방약을 챙기는 일은 지극히 자연스럽습니다. 낯선 타지에서 갑자기 아프면 의사소통이 어렵고 현지 병원비도 부담스럽기 때문에 상비약을 넉넉히 준비하려는 마음은 누구나 비슷합니다. 하지만 국내 약국에서 쉽게 구매한 감기약 한 통 때문에 외국 공항 세관에서 마약류 밀반입 혐의를 받거나 거액의 벌금을 무는 안타까운 사례가 매년 끊이지 않고 발생합니다.
20여년 동안 재외공관에서 근무하며 수많은 사건사고를 직접 접했던 필자 역시, 공항 세관에 억류되어 다급하게 영사관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우리 국민들의 다급한 전화를 종종 받았습니다. 당사자는 "한국 약국에서 파는 흔한 일반 감기약인데 왜 마약 사범 취급을 하느냐"며 억울해하지만, 각국의 마약류 및 의약품 관리 법령은 해당 국가의 영토 안에서 철저히 독립적으로 엄격하게 적용됩니다. 세관원에게 타국의 일반의약품 기준은 참작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해외 입국 심사대에서 불미스러운 법적 분쟁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는 국가별 반입 금지 성분과 올바른 서류 준비 기준을 사전에 명확히 숙지해야 합니다.
국내 일반감기약이 해외에서 마약류로 분류되는 원인
국내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쉽게 사는 코감기약이나 비염약, 복합 진통제 중 상당수에는 슈도에페드린, 에페드린, 코데인 성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코막힘과 급성 통증 완화에 탁월하지만, 화학 구조상 각성제나 불법 마약성 물질을 합성하는 원료 물질로 전용될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일본은 에페드린이나 슈도에페드린 성분이 10%를 초과하는 의약품 반입을 법적으로 엄격히 금지합니다. 위반 시 단순 압류를 넘어 현장 체포나 강제 출국 조치까지 내려질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와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는 코데인 성분이 미량이라도 든 기침약이나 해열진통제를 불법 마약류로 엄격히 규정합니다. 사전 허가 없이 입국하다 적발되면 즉시 구금되어 형사 재판에 넘겨지는 위기 상황까지 발생합니다.
공항 세관을 무사 통과하는 영문 처방전 필수 요건
고혈압, 당뇨 등으로 매일 약을 복용하거나 수면유도제, 신경안정제, ADHD 치료제 등 향정신성의약품을 소지해야 한다면 반드시 출국 전 전문의의 영문 진단서나 영문 처방전을 정식 발급받아야 합니다.
서류에는 환자의 여권상 영문 성명과 생년월일이 정확히 일치해야 하며, 질환명과 함께 약품의 상품명이 아닌 국제 일반명(성분명)이 명시되어야 합니다. 또한 하루 복용량과 총 처방 기간, 담당 의사의 영문 면허 번호 및 친필 서명이 절대 누락되지 않아야 합니다.
대부분의 국가는 체류 기간 동안 개인이 복용할 수 있는 30일에서 최대 90일분의 약품 반입만 인정합니다. 필요 이상으로 과도한 분량을 소지하면 현지 판매나 불법 유통 목적으로 오인받을 수 있으므로 여행 일정에 알맞은 정량만 소지해야 합니다.

세관 검사대를 마주했을 때의 실전 보관 수칙
서류를 제대로 갖추었더라도 보관 방식에서 실수를 저지르면 세관원의 불필요한 의심을 사기 쉽습니다. 가장 흔하게 저지르는 실수가 짐 부피를 줄이려고 여러 알약을 하나의 휴대용 플라스틱 약통에 섞어 담아가는 행위입니다.
세관원 입장에서 라벨 없는 통에 섞여 담긴 알약은 성분 미상의 불법 약물과 다를 바 없습니다. 반드시 출고된 제약회사의 정품 상자와 PTP 은박 포장 그대로 보관해야 합니다. 포장 겉면에 성분명과 유효기간이 선명히 인쇄되어 있어야 세관원이 영문 처방전과 대조하여 즉시 통과시킵니다.
정기 복용약은 수하물 분실에 대비해 기내 가방에 넣고, 세관 신고서에 의약품 소지 사실을 솔직하게 밝히는 당당한 태도가 정밀 조사를 피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외교 현장에서 전하는 안전한 출국 당부
물론 실제로는 모든 짐을 전수 검사하지 않기에, 영문 처방전 없이도 운 좋게 제재 없이 넘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만에 하나 세관 검사에서 미신고 의약품이 적발되었을 때 감당해야 할 법적 대가와 불이익은 상상 이상으로 가혹할 수 있습니다.
단 한 번의 요행에 기대기보다, 만약의 사태를 철저히 대비하여 평소 복용하는 처방약과 상비약에 대한 영문 처방전을 항상 챙기시길 강력히 권고합니다. 출국 전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포털이나 대사관에서 금지 성분을 확인하는 작은 수고가 안전을 지키는 가장 든든한 방패가 됩니다.